Skip to content

편집 앱을 직접 만들까 — 작은 도구부터가 맞는 이유 ​

편집 일을 조금 하다 보면 개발자는 꼭 이 생각을 한다. "이 반복 작업, 내가 편집기를 만들면 한 번에 되는데." 나도 이 연재를 준비하면서 두 번쯤 했다.

결론은 편집기는 만들지 않는다이다. 대신 편집기 옆에 붙는 작은 도구를 만든다. 이유를 숫자로 보자.

완성형 편집기는 얼마나 걸렸나 ​

오픈소스 편집기들의 이력이다. 2026-10-12 GitHub 기준이다.

프로젝트시작지금 상태기여자
Kdenlive2002활발 (2026-10-11 커밋)약 225명
Shotcut2012 (저장소)v26.9.27약 80명
OpenShot2008v4.0.1약 65명
Olive2017마지막 푸시 2024-12, 여전히 알파약 72명
  • Olive는 9년 가까이 알파에 머물러 있다. 개발자가 다른 기술로 다시 짜겠다고 했다는 소식 이후 저장소가 조용하다.
  • Blender의 영상 편집기(VSE)는 2026 로드맵에 "두 사람이, 그것도 둘 다 파트타임으로" 맡고 있다고 적혀 있다(Blender devtalk).

수십 명이 십수 년을 들인 프로그램이다. 그래도 Final Cut이나 Premiere와 경쟁한다고 말하기 어렵다. 퇴근 후 두 시간으로 만들 물건은 아니다.

편집기가 어려운 이유 ​

타임라인 UI가 다가 아니다. 실제로 시간이 드는 곳은 이런 데다.

  • 코덱과 컨테이너. 고객은 아이폰 HEVC, 캐논 MP4, 화면 녹화 MOV, 가변 프레임레이트 파일을 섞어서 보낸다. 이걸 프레임 단위로 정확하게 탐색하고 재생해야 한다.
  • 실시간 재생과 렌더링. 효과를 얹은 상태로 끊김 없이 돌리기. GPU 경로를 플랫폼마다 따로 짜야 한다.
  • 오디오. 동기화, 레벨, 노이즈. 영상보다 귀가 더 예민하다.
  • 프로젝트 파일 호환과 저장 안정성. 앱이 죽어도 작업이 날아가면 안 된다. 편집기에서는 이게 가장 큰 신뢰 문제다.
  • OS 업데이트. macOS가 바뀔 때마다 뭔가 깨진다. 이 연재를 쓰는 사이에도 Final Cut 12.4가 새 macOS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라이선스와 특허 ​

부업으로 앱을 팔 생각이 있다면 이 부분이 은근히 무섭다(법률 자문은 아니다).

  • FFmpeg: 기본 빌드는 LGPL 2.1이다. libx264 같은 GPL 구성 요소를 켜서 빌드하면 전체가 GPL이 된다. LGPL로 쓰려면 동적 링크, 소스 제공, 앱 안 표기 같은 조건을 지켜야 한다. FFmpeg 스스로 "우리는 변호사가 아니다", 상업적 사용에는 특허 풀의 요구가 올 수 있다고 적어 둔다(FFmpeg 법률 안내).
  • H.264: Via LA AVC 풀은 연 10만 대까지 로열티가 없고, 그 위로는 대당 $0.20이다(Via LA).
  • HEVC: Access Advance 풀이 기기와 별도로 파는 소프트웨어에도 로열티를 매긴다(HEVC Advance 프로그램 개요).
  • 애플 AVFoundation: 운영체제의 코덱을 쓰면 직접 코덱을 배포하지 않는 셈이라 괜찮다는 의견이 개발자 포럼에 있다. 다만 애플 직원 답변이 아니라 확인된 사실로 보기는 어렵다.
  • Remotion(React로 영상 만드는 라이브러리): 개인과 직원 3명 이하 회사는 무료다. 그보다 크면 회사 라이선스가 필요하다(Remotion 라이선스).

작은 도구도 FFmpeg을 쓰면 같은 고민이 생긴다. 다만 "사용자가 Homebrew로 설치한 ffmpeg을 부르는" 방식이라면 배포하는 바이너리가 없어서 훨씬 단순해진다(사견).

작은 도구는 실제로 팔린다 ​

반대쪽 증거도 있다. 편집기 하나에 기능 하나를 붙인 도구들이 실제로 팔리고 있다. 전부 공식 페이지 기준이고, 써 보지는 않았다.

  • Recut: 무음 제거. $129 1회 구매 또는 월 $15. Final Cut·Premiere·Resolve용 XML로 내보낸다(getrecut.com)
  • TimeBolt: 무음 제거, 로컬 처리. 연 $97 또는 평생 $347(TimeBolt 요금)
  • AutoCut: Premiere·Resolve 플러그인, 월 $9.90부터(AutoCut 요금)
  • Captionator for Final Cut: 기기 안 Whisper로 자막을 만든다. $19.99(App Store)
  • LosslessCut: 재인코딩 없이 자르기만 하는 도구. 별 4.4만 개. README에 "혼자 유지보수한다"고 적혀 있다. GitHub에서는 무료고, 앱스토어 판은 유료다(GitHub)

공통점이 보인다. 편집기를 대체하지 않고, 편집기 앞이나 뒤에 붙는다. 결과를 XML이나 SRT로 편집기에 넘긴다. 그래서 한 사람이 유지보수할 수 있다.

비교 ​

완성형 편집기작은 보조 도구
첫 결과물몇 달~몇 년하루~주말
유지보수코덱, OS, GPU, 저장 안정성 전부입력·출력 형식 몇 개
실패 비용고객 작업 손실다시 손으로 하면 됨
수익화기존 편집기와 경쟁기존 편집기 사용자에게 판매

내가 만든 것, 만들 것 ​

이 연재에서 실제로 만든 건 이 정도다. 전부 표준 라이브러리 Python이고, 합쳐서 300줄이 안 된다. 그래도 자막 검수 시간을 확실히 줄여 준다.

  • srt_tool.py: SRT 점검, 용어집 치환, 넷플릭스 기준 줄 나눔, VTT 변환
  • cuts_to_fcpxml.py: 컷 목록 → FCPXML. 범위 검사 포함
  • cer.py: 정답 대본과 비교하는 글자 오류율

다음에 만들 만한 후보도 적어 둔다. 순서는 내가 귀찮은 순서다.

  1. 단어 단위 타임스탬프로 자막 나누기. 지금의 글자 비율 근사치를 대체한다
  2. 무음 구간 → Final Cut 마커. 6편에서 Claude·Codex에게 줄 완료 조건까지 써 뒀다
  3. 고객별 용어집 관리. 프로젝트마다 쌓이게

이 셋 중 하나라도 사람들이 돈 내고 쓸 만큼 좋아지면, 그때 앱으로 포장하는 걸 고민해 보려 한다. 솔직히 그 전에 부업 자체가 굴러가는지부터 봐야 한다. 도구 만드는 게 편집보다 재밌어서 부업 대신 도구만 만들게 될까 봐 조금 걱정이다.

판단 기준 ​

이 질문에 "예"가 셋 이상이면 그때 앱을 고민해도 늦지 않다고 본다(사견).

  • 같은 작업을 직접 50번 넘게 했다
  • 기존 도구(Recut, Captionator 등)를 써 봤고, 왜 부족한지 한 문장으로 말할 수 있다
  • 돈을 내겠다는 편집자를 3명 이상 안다
  • 편집기 업데이트로 내 도구가 깨지면 일주일 안에 고칠 시간이 있다